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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그림이야기

[사진] 뇌리에 남는 사진_결정적 순간

바람다당 2011. 11. 7. 00:02
 

 리얼리즘 사진작가 "정범태"씨의 "결정적 순간"이라는 작품이다. 
 작품으로서의 사진이 있다면, 기록으로서의 사진이 있을진데, 때론 기록으로서의 사진이 가진 사실의 힘이
그 어떤 작품으로서의 사진보다 강한 여운을 남기곤 한다.

 이 사진은 마치 가시처럼 내 마음 어딘가에 깊이 박혀있던 사진이었다. 


 서슬퍼런 군사정권 아래, 민간법정이 아닌 군사법원에서 민간인을 재판하는 불의함.
 여인의 죄가 무엇인지를 떠나, 자식을 놔두고 재판을 받아야만 하는 엄마로서의 안타까움과 슬픔.

 


 삭막하고 무서운 법정에서 엄마를 찾아가 손을 붙잡은 아이의 천진난만함.
 법리에 의해 판단을 내려야만 하는 법관의 직업상 양심.
 그리고 숨을 죽이고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피고인들.

 마치 숨막힐듯한 정적속에서 어떤 부조리극이 진행되던 순간, 맑고 높은 소음 하나가 이 차가운 세트장으로 깨어져 들어온 느낌이다. 그리고 그 작고 맑은 소음을 일으킨 아이는 이 순간 엄마의 손을 놓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짧은 순간. 하지만, 한 여인과 아이와 판사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순간을 바로 정범태씨가 포착해낸 것이다. 

 이런류의 보도사진과 기록사진을 보면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건 정말 작가가 운이 좋아서 그런게 아닐까? 내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하여도 이런 작품을 찍을 수 있을텐데...'
 
 하지만, 이런 운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그는 피사체를 찾기 위해 돌아다녀야 했을까?

 


 아니, 어쩌면 정말 운이 좋은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어떤 운명의 힘은 그에게 이 사진을 찍도록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거부할 수 없는 힘은 이 사진을 통해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죄와 인간, 법과 관용, 부조리를 다스리는 또 하나의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해서


결정적 순간, 1961, 서울고등군법재판소



1961년 지금의 경기도청 강당 자리인 경기고등군법재판소에서 공판이 열려 동료 기자들과 취재를 가게 되었다. 당시엔 사형이 구형되는 등 커다란 사건이 많았고 기자들의 법정 출입이 가능하던 때다. 법정에 들어서니 푸른 죄수복을 입은 한 젊은 여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다. 여자의 뒤에 선 모든 피고들도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으니 선처를 바란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창문으로 한 줄기 햇살이 들어오고 판사가 막 판결문을 낭독하려는 긴장된 순간, 어디선가 자박자박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두세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방청석에서 걸어 나온다. 아기의 손을 놓친 방청석의 또 다른 여자는 어찌할 줄 모르는데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인의 손을 꼭 잡고는 판사석을 바라다 본다.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말은 없었지만 간절히 호소하는 듯한 이 장면을 라이카 3F를 꺼내 찍었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판사는 여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그러자 아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방청석으로 돌아갔다. '결정적 순간'이 찍힌 순간이었다.

언니의 공판을 지켜보기 위해 이모의 품에 안겨왔던 아이가 엄마의 모습을 보자 쪼르르 그 앞으로 달려나간 것이다. 아이의 행동과 눈빛이 판사의 선고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카메라에 담긴 그 순간은 여인과 아이의 삶에 결정적 순간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일보 정범태의 사진으로 본 한국현대사





서울 동대문 운동장, 1965



 정범태는1928. 9. 2일 평북 선천군 수청면 가물남동 91번지에서 부친 정창모와 모친 김온수 사이에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의 피폐해진 사회상황과 1960년대의 4.19, 5.16 등 역사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실존적 상황 앞에 놓인 하층민의 삶을 기록해 온 한국 리얼리즘사진의 대표적인 사진작가이다.

기록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하여 회화적인 구도와 스트레이트에 의한 정공법으로 찍힌 그의 사진에는 언제나 가난과 역경 속에서도 언제나 희망과 꿈을 잃지 않는 이들의 해학,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출처 http://altai.pe.kr/3012059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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